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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中 정상회담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배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이 배석했다. [베이징 = 이충우 기자]
사진설명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배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정치국 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이 배석했다. [베이징 = 이충우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 데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안보 분야 협력을 강조한 것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도 미국이 고려 중인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선제적으로 배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체제 수호를 강조한 것은 미·중 간 무역갈등 속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편에 서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길 희망한다"며 북한의 대화무대 복귀를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소원했던 한중 관계 회복을 희망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는 사드 문제를 시사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극도로 냉랭했던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 발언과 비교해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 주석은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현재 상황을 "세계적으로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면서 양국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양자 관계가 보다 더 좋게 발전하도록 하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나는 대통령과 함께 양자 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과거 정상회담 발언과 비교하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바뀐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 갈등을 딛고 2년 만에 정상회담이 열린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한 번의 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이란 기대는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대신 이번 회담은 내년 초가 유력한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갈등 사안을 조율하고 협력 관계는 강화하는 `교두보` 또는 `디딤돌`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주석님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며 시 주석을 초청했다. 한한령 폐지 등 적극적인 조치는 내년 한국에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난제가 남아 있다. 중국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미국이 최근 검토 중인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지역 배치에 대한 한국의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과거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뒤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 앞서 이달 초 한국을 찾았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중이 협력해 미국 패권주의·일방주의에 맞서야 하며,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해선 한국이 미국에 대응해 중국의 `핵심적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왕 위원은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면서 미국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숨은 의제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된 논의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우려를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한편 미사일 배치 거부를 사드 갈등 해결의 전제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조건을 기반으로 우리 정부의 행동을 지켜보다 내년에 있을 시 주석의 공식 방한 때 한한령을 해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당근`으로는 이번에 중국이 러시아와 합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결의안에 포함돼 있는 `남북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 제재 면제`를 제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동의하는 내용이기도 하나 미국 정부가 대북 압박을 위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청된다. 그간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의해 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분야 2차 협상은 비교적 수월하게 논의할 수 있는 주제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쓰촨성 청두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24일에는 한·일·중 정상회의 및 `비즈니스 서밋` 등에 참석하며 오후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 = 김성훈 기자 / 서울 =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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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08:59:1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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